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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핸드스프링 연습
    카테고리 없음 2020. 2. 25. 21:37

    초등학교 6학년 때쯤으로 기억한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동네 주변의 논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곤 한다.

    그날도 동네 아이들과 비어 있는 논에 들어가서 놀았다.

    내가 문득,

    "야 우리 핸드스프링 연습하자."

    라고 소리쳤다.

    체육 선생님이 핸드스프링 시험을 친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서 아이들에게 제안한 것이다.

    "그래 해 보자."

    라면서 아이들도 호응했다.

    사실 나는 운동에는 전혀 소질이 없었다.

    운동회 때 달리기를 하면 6명 중 나는 거의 5등을 했다.

    힘도 없고 순발력도 없고 공 다루는 감각도 없었다.

    공부만 좀 잘했다.

    나는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생각 없이 던졌던 말이었다.

    논 바닥은 약간 무르기 때문에 핸드스프링 연습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호기 있게 시작했다.

    역시나 전부 엉덩방아를 찧기 일수였다.

    친구들의 엉덩방아를 보는 재미에 아픈 줄도 모르고 즐겁게 차례를 기다리면서 반복해 나갔다.

    그런데 자꾸 하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개선되어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완전히 엉덩이로 착지를 했는데 조금씩 아래로 허벅지 또 그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한참을 더 하니 이제는 발을 땅에 먼저 닿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나를 포함한 아이들 모두 재미를 느껴서 자꾸 반복하게 된 것이다.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제는 완전히 핸드스프링을 할 수 있는 아이가 나오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오기가 나서 호흡을 모으고 팔을 힘차게 굴러서 했더니,

    드디어 나도 성공하게 된 것이었다.

    그 날 나는 일기를 썼다.

    너무나도 감격적인 일이라 어린 나이에도 그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서 써지도 않던 일기를 써 둔 것이다.

    그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일상이와 몇몇 친구들과 논에 핸드스프링 연습하러 갔다.'

    중략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 후에 나는 핸드스프링에 성공했다.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던 핸드스프링이 반복된 노력으로 성공하게 된 것이었다.

    앞으로 무엇이든지 이렇게 노력하면서 살아야겠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한다.

    한 번 해 보자고.

    어릴 때 동네 논에서 친구들과 엉덩방아 찧으면서 즐겁게 핸드스프링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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